스토킹과 교제폭력 피해를 반복 신고했던 40대 여성이 제주 길거리에서 새벽에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찰이 보복 위험을 인식해 안전조치 관리대상으로 등록했지만,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가해 남성은 피해 여성의 팔을 붙잡고 차량으로 끌고 가려 했고, 여성이 저항하는 사이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경찰 조사에서 피해 여성은 이미 같은 남성을 스토킹과 교제폭력으로 여러 차례 신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접근금지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기간이 끊긴 사례는 이 사건만이 아니다. 경기 수원에서는 70대 남성이 아내의 머리를 대리석으로 내리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남성은 이미 전년도에 가정폭력으로 두 달간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바 있었다. 그러나 이후 조치가 연장되지 않았고 재범이 일어났다.
서울 송파구에서는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해 달아났던 2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그가 체포된 다음 날에야 아내에 대한 추가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사건 발생 시점과 명령 시점 사이에 간격이 생긴 것이다.
신고는 늘었지만 재범은 막히지 않았다
최근 3년 사이 배우자나 연인에게 폭행·스토킹을 당했다는 신고는 33만여 건에서 44만여 건으로 10만 건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교제폭력·스토킹 피해자가 동일 가해자를 재신고한 건수는 지난해에만 5만 건을 넘어섰다.
이러한 수치는 신고 제도가 작동하더라도 재범 억제 장치가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보여 준다. 접근금지 명령이 발부되기 전, 명령 기간이 만료된 뒤, 또는 체포 이후 명령이 내려지기 전까지의 공백이 피해자를 위험에 노출시킨다.
피해자가 경찰의 안전조치 관리대상으로 등록되더라도, 이는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과 별개 절차다. 경찰 조치와 법원 명령 사이의 간극이 보호의 실질적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이번 제주 사건을 통해 다시 드러났다.
김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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